내가 전통의 미감과 먹을 통해,
이 땅의 풍광과 사람들을 그리는 이유
대학 시절 비로소 한국화를 배우고 전공을 삼으며 품었던 생각은 이 땅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정서와 미감 속에 내재되어 그 시대의 인물과 자연 그리고 사상을 담아냈던 수묵 정신을 회복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근대화 이후 시대적 변화 속에서 현대를 담을 수묵화로서의 가치는 과연 어떤 것인가, 라는 의문 안에서 수없이 많은 회의와 좌절을 겪으면서도 누군가는 이런 작업을 한다는 것의 가치는 어느덧 저의 예술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으며, 아직도 어둠 속에서 등불을 켜고 길을 찾는 심정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를 비롯한 수많은 화가들의 그림이 있는 박물관, 미술관이 스승이었으며, 임모臨摸와 사생을 통해 옛 시간을 더듬어 배우고 깨우치며, 때로는 현실의 치열한 삶의 현장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오래된 미래의 역설을 생각했습니다.
전통 회화는 물론 전통적 미감을 고수한 진경산수와 인물화를 현대적으로 적용해 1980년 이래의 사회와 삶, 풍경과 자연을, 먹을 이용한 간결한 색을 가미해 그려내려 했습니다. 또한 색에 대한 굶주림으로 인해 자유분방한 틀을 깨뜨리는 데 주력하는 동시에 서사적 인물, 우리 산천의 의미 있고 아름다운 풍경을 주된 소재로 삼았고, 최근에는 화면 공간을 크게 확장한 수묵과 채색의 실험을 다양하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