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예술이란 스스로를 찾아가는 놀이다. 놀이의 도구는 '붓'이자 그려진 자국은 캔버스에 담긴 마음의 흔적이며 사고된 작가의 감성이다.
작가는 실경을 근간으로 원경과 근경을 오가며 형상 속에 감춰진 뼈[骨]의 본질과 정서를 스며들게 하려고 한다. 형태에 갇혀 그려내기 급급함도 있었고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도 있었으나, 작가는 이보다 칙칙한 먹과 중첩된 먹 맛에 흥미를 가진다.
허나 그만큼 수분을 듬뿍 담은 담묵淡墨에 대한 갈증 또한 동반한다. 마치 오래 땀 흘린 끝에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 생수를 기다리는 듯 말이다.
방금 만든 된장보단 발효된 된장을 좋아하고, 생차보단 발효시킨 차를 눈여겨보는 것처럼 시간을 두고 스스로의 현재와 앞을 끊임없이 상상해 본다.
'멈추지 않는 것',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즐김으로 작가는 닮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문하고 답하니 '답이 없는 것이 답'이라 말한다. 무념으로 바라본 자연에서 기존의 의미를 떠나 고정된 형태와 색상에 구애받지 않는 붓 놀이로, 옛 법을 배우되 머물지 않은 질서로 그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