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 도전 의식, 삶에 대한 의지
나는 폐허 속에서 지치고 고된 붕괴를 보는 것이 아닌 미완을 본다. 미완은 언젠가 완성을 기대하는 미래의 시점인 것이다.
즉 과거 속에 안주하는 시간의 관점이 아닌 미래를 향하는 능동적인 시각이다.
폐허를 통해 미완성과 붕괴라는 반대되는 이중성을 표현하며 일생동안 미완과 붕괴의 과정을 거치는 인간의 모습과 같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벽이라는 '물物'을 화두로 삼아 내가 말하려 하는 물은 단순한 사물이나 물성으로서의 물이 아닌 유기적 생명체들의 연장선이다.
무생물마저도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 속에 놓임으로써 사유의 매개가 되기도 하고, 어떠한 선택과 의지 상황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물의 속성을 이제 폐허를 통해 보여준다. 내가 만드는 폐허는 역시 유기적인 물이며 호흡이 있는 시詩 속의 형상이다.
동양화의 먹을 쓰는 전통 기법에서 크게 한지를 찢어 붙이는 작업으로 변화된 것은 점차 작업할 한지 뒷면에 한지를 잘게 나눠 붙이는 것으로 진전한다. 한지는 수묵을 그대로 흡수하고 번지는 데다 평면적인데,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입체감을 연구하다가 조각조각 붙이는 작업과 더불어 내가 표현하고 싶은 농담으로 먹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고 작품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까지 압도해 나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