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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의 작가전

3회 수상작가

  • 대상. 이현민
  • 최우수상. 이태욱
  • 우수상. 이진주, 이수진, 이영호

10인의 작가전

2019. 03. 29. ~ 04. 21.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6관
곽아람, 김효연, 민재영, 서민정, 이수진, 이영호, 이진주, 이태욱, 이현민, 최장호

제3회 공모전 비평

  • 공모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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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희 |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화의 부활을 꿈꾸며”
    “왜 ‘광주화루’인가?”
    “이것이 ‘광주화루’ 공모전”
    “광주화루 10인의 작가전”

    위에 인용한 큰따옴표 속 문장은 ⟨제1회 광주화루 공모전, ‘10인의 작가전’⟩ 도록에 실린 논고論考의 소제목이다. 2017년 4월 ‘광주화루 운영위원 일동’ 명의로 발표된 이 글은 ‘광주화루’ 제정 취지와 목적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더불어 공모 당선작 ⟨10인의 작가전⟩ 개최 배경도 설명한다. 여기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화의 부활을 꿈꾸며’라는 슬로건. ‘부활을 꿈꾸며’라는 표현은 다소 극단적이다. 지금 살아 있지 않다는 말이다. 죽었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동시대 한국화의 처지가 그렇다는 것이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처럼 광주화루는 어떤 절실함에서 비롯됐다. 다른 분야 미술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체된 한국화 위상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현실 인식에서 ‘광주화루’가 출범한 것이다. ‘화루畵壘’는 ‘그림으로 경쟁하기 위해 모인 화가들의 그룹’을 뜻한다. 이런 타이틀을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모를 통해서 한국화 작가의 창작 의욕을 북돋고 활력을 불어넣고자 함이다. 미래지향적인 한국화를 개척할 역량 있는 작가를 응원하고 후원하고자 한다. 광주는 예향藝鄕 호남지역의 중심지고, 전통 수묵화의 맥이 이어지는 곳이다. 또한 광주비엔날레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같은 현대적 문화 콘텐츠를 보유한 도시다. 이와 같은 광주의 지정학적 배경과 역사성 위에 한국화 진흥을 염원하는 광주은행의 뜻이 보태어져 광주화루가 시작됐다.
    올해 제3회를 맞은 광주화루 공모전 심사위원은 5명. 김백균(중앙대 교수), 김학량(동덕여대 교수), 박대성(작가), 이동국(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이준희(건국대 겸임교수)가 그들이다. 심사위원은 세 차례 심사를 거쳐 ⟨광주화루 공모전, 10인의 작가전⟩에 참여할 10명을 선발했다. 이 가운데 대상과 최우수상 각 1명, 우수상 3명을 최종 수상자로 결정했다. 한편 매년 열리는 공모전과 달리 ‘광주화루 작가상’은 격년제로 시행된다. 2017년 1회 ‘광주화루 작가상’은 성신여대 유근택 교수가 수상한 바 있다. 올해 두 번째 작가상을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아쉽게도 추천 받은 작가 가운데 당선자를 결정하지 못했다. 따라서 제2회 광주화루 작가상 수상자는 내년 2020년에 다시 선정할 예정이다.

    《심사 과정 & 결과》
    미술뿐 아니라 모든 예술 작품의 가치와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런 평가 행위는 이성보다 감성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극히 주관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평가자 개인의 미적 취향에 따른 호/불호와 정서적 판단이 짙게 개입될 우려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광주화루 심사는 이런 한계를 보완하고 합리적인 절차로 진행됐다. 예컨대 3단계 심사가 끝날 때까지 심사 위원들은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 만에 하나 심사 위원 간 ‘공모共謀’로 인해 ‘공모公募’의 공정성과 신뢰가 한 치라도 훼손될 우려를 사전에 차단한 조치였다고 이해된다. 주최 측의 철저한 보안 유지와 치밀한 운영으로 심사 위원에겐 자율성과 독립성이 100% 보장됐다. 미술계 다른 공모전에서도 이런 운영 시스템은 적극 벤치마킹Benchmarking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심사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심사 위원은 각자 광주화루 홈페이지에 구축된 심사 프로그램에 접속해 응모작 포트폴리오 파일을 보면서 1차로 점수를 부여했다. 이때 세부 평가 항목은 ‘발전 가능성’, ‘예술성’, ‘독창성’으로 구분되었고, 각 항목 평가 점수는 소수점 두 자리까지 입력하게끔 프로그래밍 되었다. 점수 편차를 세분화함으로써 객관적인 정량 평가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이렇게 온라인 1차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20명이 선발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정량 평가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한 정성 평가가 실시됐다. 20명 작가는 실제 작품을 2점씩 출품했다. 심사 위원은 개별적으로 광주로 내려가서 이 작품을 직접 보고 채점했다. 이 때도 역시 주최 측은 심사 위원의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시간을 조율했다. 덕분에 심사 위원들은 아무런 방해나 배석자 없이 올곧게 혼자서 실제 작품을 보고 각자의 기준으로 정성 평가를 실시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다시 10명의 작가가 추려졌고, 마지막으로 3차 인터뷰 심사가 진행됐다. 서울 여의도 JB지주 사옥에서 심사 위원과 작가가 직접 대면하고 심층 면접을 했다. 심사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심사 위원들은 서로의 면모를 알게 됐다.
    이렇게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치며 선발된 최종 10명이 ⟨광주화루 10인의 작가전⟩에 참여한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문화 창조원에서 열리는 전시 개막일에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수상자가 공식 발표된다. 수상자는 5명이지만 나머지 작가 5명의 작품 역시 이에 버금가는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준다. 이들 10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형식적 다양성’과 ‘태도의 진정성’은 한국화의 밝은 미래를 예견하는 희망적 징후로 감지된다. 영예의 대상은 이현민 작가다. 이현민은 ‘그림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근원적 고찰과 ‘화가’라는 존재에 대한 자의식을 탐구하는 회화적 성과물을 보여준다. 최우수상을 받은 이태욱 작가는 자신과 세계 사이에 발생하는 ‘부조화의 순간’과 ‘배타적 요소’를 관찰한다. 그리고 이에 반응을 형상화한 작업에 천착한다. 우수상을 수상한 이수진, 이영호, 이진주 세 작가 역시 자신만의 고유한 감수성과 사유에서 발화된 주제 의식을 선명히 드러낸다.

    《정상 궤도에 진입한 광주화루의 여정旅程》
    이번 3회 공모전 결과를 통해서도 드러났듯, 비교적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광주화루는 한국화 분야에 특화된 대표적 공모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도 광주화루가 여느 공모전과 구별되는 가장 특징적인 성과는 응모작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이다. 지난 1, 2회와 비교해 응모 작가의 평균 연령이 높아졌고, 전시 경력도 많은 기성 작가의 응모가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그 사이 작가들 사이에서 광주화루의 명성과 권위가 제대로 전파되고 인식됨으로써 일종의 ‘자체 검열’이 이뤄진 것 같다. 응모자 수에 허수虛數가 없는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애초 응모 단계에서부터 양보다 질적인 성과를 스스로 획득했다는 얘기다. 더불어 학연, 지연, 혈연 등 작품 외적인 부분에 얽매인 부정적 심사 요인을 완벽히 탈피한 공정한 심사 과정과 합리적 운영이 이런 결과를 가능케 한 것으로 사료된다. 수묵화 전통의 현대적 계승과 한국화의 미래 발전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광주화루의 역할은 고무적이다. 기업의 메세나 활동 일환으로 제정된 광주화루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미술계의 건강한 생태계와 자율성을 존중한다. 이런 후원에 상응하는 활동은 작가들의 몫이다. 하지만 공모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공모를 위한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부디 지금과 같이 앞으로도 화가의 자존심을 지키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당당히 개척하는 작가를 더 많이 만날 수 있기 바란다. 그들이 곧 한국화의 미래다.